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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토의 디자인

디자이너의 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컨셉도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시안]

세상에는 많은 디자인 결과물이 탄생하고 사라지고 주목받고 상도 받는다.

디자인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는 항상 최고의 결과만을 바란다.(당연하다)

디자인 의뢰를 받은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최고의 결과물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 둘의 최고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주 많이.

위의 짤은 디자이너가 자주 만나게 되는 상황이다.

도대체 왜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회사들의 일하는 여건이 이런 커뮤니케이션 불발을 만든다.

보통 일정이 매우 급하다. 매우매우 급하다.
(ex 저희가 이번 건 일정이 좀 많이 급해서요... 다다음주에 인쇄 or 제작 들어가야해서 좀 촉박하네요...등등)

그러나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런 급한 일정마저도 맞춰버리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버린다.

일정을 맞출 수 없는 곳은 일정을 맞출 수 있는 곳에 일을 빼앗기고 말테니까.

이는 악순환의 형태로 다시 돌아가 급하게 일정을 맞추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 처럼 되어있고 그 마저도 하루라도 일정을 당기려하거나 그만큼 비용을 깎으려는 기이한 형태로 변이되었다.

이렇게 급박한 일정에 공장처럼 디자인을 찍어내다 보니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은 프로젝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기업들이 일하는 환경을 바꾸고 충분한 일정을 무조건적으로 확보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문제의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상황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분석해본다.

1.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을 하는 환경은 일정이 매우 촉박하고 한정된 예산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2.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는 디자이너의 경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정에 맞춰 디자인을 진행한다.

3. 디자이너가 제시한 시안을 본 클라이언트는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일단 급한대로 그 중에 나은 차선책을 추가 보완하는 방향을 택한다.

4. 그 결과 디자이너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로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날렸고 클라이언트는 본인의 의도와 다른 결과물에 이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까워지고 디자이너의 능력을 의심하여 다른 디자이너를 찾게 된다.

이 중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 중 통제가 가능한 영역을 찾아본다.

기업의 업무 환경 개선 - 불가능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 방법에 따라 가능
제시된 시안 중 그나마 나은 시안 선택 - 디자이너의 촉에 따라 가능

클라이언트의 업무 환경을 디자이너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온전히 디자이너의 감에 의지하여 제시한 시안 중 마음에 드는 시안이 있길 바라는 것 또한 지나치게 확률게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빠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가 지향하는 지점을 빠르게 도출하고 맞춰나갈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본인의 경우는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미팅때 레퍼런스 자료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레퍼런스 자료를 토대로 미팅 현장에서 바로 비슷한 레퍼런스 자료를 찾아서 보여주고 내가 이해한 방향이 이런 방향이 맞는지 확인한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맞게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처음 미팅에서 이러한 과정을 현장에서 진행할 경우 초반 진행 속도를 올리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첫번째 미팅에서 모든 것을 확정하고 진행하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클라이언트의 머리에 있는 힌트를 끄집어내는 액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레퍼런스를 요구할 때도 단순히 현재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레퍼런스만 요구하지말고 관련된 여러 상황들에 대한 질문과 레퍼런스 요구도 필요하다.

- 프로젝트 목적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 전에 진행했던 비슷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가 있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 그 전 프로젝트들은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들이 채택되었나요?

이러한 질문들은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달라질 수 있으니 미리미리 프로젝트 성향과 클라이언트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디자인 관련 종사자분들과 클라이언트분들 모두 성공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