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자취 경력은 5년차다.
24살부터 시작된 자취는 중간중간 휴식기를 거쳐 2021년에까지 이르렀다.
첫 자취는 바야흐로 24살 3학년 재학생 시절이었다.
미대의 과제 폭격을 이겨내고자 과실 책상에서
홀로 우드락을 깔아가며 쪽잠을 청하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서 용돈을 지원해주기 힘들었기 때문에
미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다는 미술학원 보조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 학교를 다니던 시기였다.
입시 미술학원은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저녁 6시 30분쯤부터 10-11시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학교로 돌아와서 11시, 12시부터 과제를 시작해야 하는 생활패턴이었다.
(심지어 월-금 주 5일 전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을 갈아서 학점을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처량하고 슬퍼 보였다.
가까스로 3학년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마지막 1년
"아빠 나 집 나가요잉"
집에 거의 통보하듯이 나와 자취를 시작했다.
대학가의 허름하고 빛이 들지 않는 원룸 한 켠에서
생애 첫 자취라는 기쁨과 학교와 가까운 곳에 집이 있다는 안정감은
언제부터 이 방에 존재했을지 모를 낡은 매트리스조차 호텔로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그 낡은 매트리스도 견뎌낼 "젊음"이 있었다.
졸업 후에 얼떨결에 대학원까지 가게 되어서 반강제로 연장된 자취생활은
이후 2년 정도 할아버지 매트리스와 동거하며 살다가
직장에 들어가면서 이별하게 되었다.
가난했던 대학가 시절을 지나
드디어 직장인 자취의 필수코스인 오피스텔에 입성하게 되었다.
꿈만 같았다.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어있던 공간을
하나둘씩 돈으로 채워가는 맛은
감칠맛 그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난생처음 매트리스라는 것도 구매해봤다.
그 당시 롤백 매트리스가 여기저기서 등장하던 시기라서
용달이 아닌 택배로 매트리스를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물론 월급이 사회 초년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비싼 매트리스는 당연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대략 10만 원 내외의 매트리스로 구매했다.
처음 매트리스를 오픈하고 스프링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기 위해 이틀 정도 소요된다 하여
매트리스를 옆에 두고 바닥에서 자는 기이한 일도 경험하였다.
이틀 뒤
다시는 롤백 매트리스 따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마 내 체중을 견딜 수 있는 롤백 매트리스는 아직 없지 않을까 싶다.)
파란만장한 2018 오피스텔 자취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지금은 2021년
세 번째 거처를 구해 입주했다.
무려 투룸.
과거의 나에 비해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럽다.
자본의 맛이란 엄청나다.
거지같이 멀컹멀컹한 롤백 매트리스는 진작 폐기 처분했다.
이제 새로운 녀석을 맞이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본인은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디자이너로서
허리가 박살 났다.
그렇기에 이번 매트리스는 정말 신중하게 골랐다.
침대 생활보다 바닥이 더 좋은 30대 아저씨는
몸이 더 이상 매트리스 스프링의 탄력을 받아낼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찾아낸 것이 토퍼다.
수많은 검색과 수소문 끝에 몇 개의 브랜드로 축약한 끝에
"슬로우"와 "삼분의일"이 최종 결승에 올랐다.
가격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슬로우 토퍼가 압승이었다.
역시 마케팅의 힘이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 아저씨는 굉장히 리즈너블 커스터머다.
(거짓말이다. 호갱이다.)
하나하나 비교해본 끝에 삼분의일 바닥토퍼로 결정하게 되었다.
삼분의일 바닥토퍼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두께가 더 두꺼웠다.
두 제품이 1.5cm 정도의 차이였지만 실제 체감하는 두께 차이는 훨씬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브랜드의 스토리와 철학이 더 좋았다.
스타트업, 그리고 디자인을 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브랜드 철학이 확고한 브랜드에게 좀 더 신뢰가 가는 편이다.
1년 전쯤 유튜브에서 구독 중인 EO 채널에
삼분의일 대표님의 인터뷰 영상을 봤었다.
대표님의 확고한 신념에 강한 신뢰가 느껴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yWOdMyc_Y
그리하여 빠르게 구매를 진행했고
이윽고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길쭉한 박스에 돌돌 말려있다.
처음 박스의 날개를 열면 이런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다.
캐릭터는 이미 토퍼에 누워서 노곤 노곤해진 상태로 안내를 하고 있는 표정이다.
본인도 나른해지는 기분이다.
두 번째 날개까지 오픈하면 인사말과 함께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다.
설명서는 꼭 정독하길 바란다.
(한국인은 설명서를 안 보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
그리고 아까 그 나른한 녀석이 한번 더 등장한다.
드디어 토퍼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줍은 듯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더 부끄러워하기 전에 꺼내 주자.
안 쓸 때는 잘 말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정리 스트랩도 함께 들어있다.
드디어 토퍼의 완전체 모습이다.
마치 거대한 가래떡이 연상된다.
야심한 밤에 글을 쓰는 중이라 몹시 떡볶이가 먹고 싶다.
녀석을 옆으로 살짝 굴려보면
두 번째 스티커가 등장한다.
K- 성격을 아주 잘 파악한 모습이다.
분명 저런 디테일이 없었다면 칼로 부욱부욱 찢다가 토퍼도 갈기갈기 찢긴 상태로
버억버억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만났을 것이다.
저 부분을 당기면 칼이 없어도 비닐을 제거할 수 있다.
당겨서 잠금 해제하면 이런 식으로 말린 육포처럼 펼쳐진다.
이제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마지막 퀘스트인 만큼 가장 집중력을 요구한다.
스티커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안전하게 토퍼를 비닐로부터 구출할 수 있다.
잠시 움츠려 든 모습이지만 금세 부풀어 오른다.
이제 눕기만 하면 끝이다.
사이트 내에서 함께 판매 중인 방수커버도 함께 구매하였다.
근데 사진은 귀찮아서 못 찍었다.
궁금증을 유발하게끔 말로만 설명하겠다.
얇은 매쉬 재질로 이게 정말 방수가 되나 싶은 느낌이지만
잘 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얇은 재질이기에 방수커버만 씌워서 사용하기엔
찢어지거나 늘어날 거 같은 불안요소가 있어서 별도의 패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약 2주 정도 사용해본 결과
극상의 만족도를 유지 중이다.
특히 본인처럼 허리가 박살 나기 쉬운 디자이너나 개발자 등의 직군은
만족할 수밖에 없다.
스프링 매트리스는 우리 몸의 굴곡을 온전히 받쳐주지 못한다.
스프링 매트리스가 그냥 평평한 곳에 닿는 부분만 약간의 무게로 누르고 있는 느낌이라면
이 토퍼는 마치 내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다.
몸의 굴곡을 따라 그대로 따라와서 빈 곳 없이 가득 채워주는 느낌이다.
심지어 아침엔 이 녀석이 날 놓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포옥 안겨있는 느낌이다.
내 수면 인생은 이 녀석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되었다.
https://www.3boon1.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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